◆나의이야기

주례없는 결혼식, 신랑엄마가 대신해서 더 감동을 준 주례사.

벼리맘 2013. 12. 31. 07:00

 

어느새 2013년이 다 지나간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바쁜 한 해였다.

6년 동안의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내 나라에 정착을 하고 아들놈한테 작으나마 일터를 마련해 줬으며

더더구나 큰 일은 아들놈의 반쪽을 찾아서 채워주었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마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홀가분 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주례없는 결혼식을 원해서 허락은 했으나 '세상에서 돈만빼고 다 모으는 남편'이 인사말을 극구 고사하고

또 사돈댁도 마찬가지로 두 분이 함께 고사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나혼자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결혼식 3일전부터는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정도로 걱정이 되었으나

있는 그대로 진솔하고 간단하게 정리해서 읽으니 하객들  모두 울다가 웃다가 감동의 물결이었다고....ㅎ

 

진심은 모두에게 통한다는 것을 다시한 번 깨닫고 앞으로도 좀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두서없이 쓴 주례사 인사말을 올리면서 올 한 해를 마무리 해 본다.

 

블로그 이웃분들 친구님들 새해에는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주례없는 아들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대신한 인사말

 

먼저 신랑 유호성과 신부 최신영의 결혼식에 축하를 해 주시기 위하여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석해 주신 양가 친척 친지분들과 하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뜻 깊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신 외교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한 이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주신 파티파트너 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013 12 7일 오늘…

일기예보에 의하면 올해 겨울도 유난히 추울 거라고 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좋은 날씨를 허락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참 생각해보면 오늘 결혼하는 신랑인 4대 독자를 낳고 좋아라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서른을 넘겨 제 짝을 찾아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보니 무척 대견하답니다.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도 요리에 관심을 갖고 뛰어난 미각을 가진 덕분에 결국 요리사의 길로 들어서

요리공부 하러 스페인에 간 덕분에 오늘의 신부인 신이를 만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만남이야말로 천상의 인연이라 생각됩니다.

아들 녀석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어떤 며느리가 들어올까 걱정했는데

오늘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신영이야말로 제가 평소에 며느리감으로 생각하던 모든 조건을 갖춘 아이랍니다.

 

신영아!

옛말에 시집살이를 한 사람이 시집살이를 더 시킨다는 말이 있으나

엄마는 시집와서 시집살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와서 너한테 시킬래도 아는 것이 없으니 시킬 수가 없구나.

그러니 너는 시월드가 싫어서 시금치 나물도 안 먹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야.

30년이 넘는 세월을 사는 동안 엄마에게 늘 힘이 되어 주시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신 할머님 덕분에 

이 엄마가 '오늘'을 맞을 수가 있었단다오늘 이 자리를 빌어 할머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

"어머님 감사합니다."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와 고부갈등은 남는다고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이 너희 할머님 같기만 하다면

고부갈등이라는 말은 더 이상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울 듯 싶구나.

엄마가 세상에서 존경하는 분은 첫 번째가 세종대왕님 두 번째가 이순신장군 그리고 세 번째가 할머님이시란다.

 

신영아!!,

엄마는 앞으로 삼십 년쯤 뒤에 네가 시어머니가 될 때도

오늘 엄마와 같은 생각을 해 주기를 바라는 택도 없는 희망을 꿈꿔본단다.

그리고 아들 호성아!

평생 욕심 없이 살아 온 아버지를 본 받아서

절대로 남의 것을 욕심내지 말고 남을 폄하하지도 말고 너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기 바란다.

이 엄마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아빠의 아내”라는 것이란다.

먼 훗날 너도 우리 신영이한테 이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남편이 되어주길 바란다.

 

우리 경상도 안동지방의 속담 중에는 “며느리 보는 날 시어머니는 국시 버지기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옛부터 며느리 살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요즘 시쳇말로 “사위는 말 잘 듣는 아들”이고 “며느리는 상전”이라고 하니

부디 제 자식놈이 사돈댁에 “말 잘 듣는 아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저는 오늘부터 국시 비지기에 빠져 죽는 대신에 “상전”을 모시는 무수리가 되겠습니다.

 

아울러 너희는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양가 부모님께 효도하기를 당부한다.

절대로 내 남편을, 내 아내를, 남과 비교하지 말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사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양가를 대표해서 두서없는 인사말을 올립니다.

곱게 기르신 따님을 저희에게 며느리로 주신 사돈댁에 깊히 감사를 드리며

참석해 주신  여러 친척 친지분들과 하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2월 7일 신랑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