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30년 키운 보람을 느끼게 해 준 한통의 편지.

벼리맘 2012. 6. 14. 07:30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에 정식직원이 된 아들이 보낸 편지.

 

엄마 아까 전화가 잘 안들렸어?

하고싶었던 말은 꼭 만나야 하는 거면 잠깐 한국 들를 수도 있다고

그러나 급한거 아니면, 그냥 싼빠우 갈려고, 한국 안가고 ,,

 

 

한국 돌아가는 건 왕복 오픈 티켓을 끊은지라 공짜라 상관없는데

돌아오는데 표가 150정도 하니깐, 그리고 한국서 지낼려면

적어도 3주에 100만원은 쓸테고, 갈려면 바르셀로나에 내짐 갖다가 놔두고 가야해서

또 왕복 교통비 들어서, 계산해보니 이래저래 300 이상은 나가더라고..

 

 

나 싼빠우 첫 한국인 정식직원 됐어(미슐랭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싼빠우는 정직원 되는것도 힘들어,  왜냐하면 거기는 주방에 직원이 15명 밖에 안되거든..

한사람이 기본으로 2접시는 맡아서 해야해.

 

 

지금은 없어졌지만 엘불리나, 무가리츠, 아르작 모 다른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들은

주방에 4~50명, 심지어 마르띤 베르사떼기에는 주방직원이 80명이야.

양파 까는 사람은 거기서 일 년이든 이 년이든 양파만 까다가 나오고

한접시를 만드는데 보통 3~4 명이 한 팀을 이룬데,

접시에 파슬리 장식 올리는 사람은 주구장창 그것만 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레스토랑의 명성은 싼빠우 만큼이나 대단하지만 요리사들은 다른데 가서 그런 대접을 못받지

 

 

반면 싼빠우는 한 사람이 그 접시의 재료 주문서부터 다듬는거 요리까지 혼자서 다해야해.

레스토랑은 돈만 대주고, 주방만 대줄 뿐이지,  일당백 요리사들이 모든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고 봐야지.

심지어 생선파트 맡은 사람은 생선까지 직접 사러 가야해. 내가 그랬지, 거기서 인턴하는 동안에... 

그러니 다른데 나가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좋은 자리에 많이들 가있어.  일본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또 그거야.

 

끈질긴게 있어서 지금 있는 일본 사람들은 다들 5년 이상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지.

4명 모두 파트장을 맡고 있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야.

서양 사람들은 실력이 없거나 일을 빨리 빨리 못해서 1달내로 짤리는 경우가 30프로,

자기가 알아서 그만두는 경우 20 프로, 1달내로 반이 떨어져 나가지.

근데 그 속에서 나는 인턴으로 가서 1달 만에 주방장으로 부터 정식직원 제의 받은거고,

 

 

지금 마드리드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나를 정식직원으로 삼고 싶어서, 엄청 잘해줘

쉬는날도 하루 더 주기까지 하고, 일 열심히 잘한다고 집에 먼저 보내기도 하고.

주방장이 집에 먼저갈 때는 다른 정식직원들도 있는데, 인턴인 나를 책임자로 세워놓기도 해.

주방장은  화끈하면서도  참 좋은 사람, 그사람 배신 하고 산빠우로 가는 것이 참 미안해...

 

 

내가 지금껏 말은 안했지만, 여기서 내가 실력 인정받고 여기저기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건 다 엄마 아빠 덕분이야.

유학비 안대줬으면 오지도 못했을 뿐더러  엄마 아빠가 워낙 매너있게, 에티켓 있게 사는 걸 가르쳐 준지라,

생각이 깊고,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고 다들 무척 칭찬해.

나도 자식 낳으면 엄마처럼 의자 던지고 후두러 패면서 키워야 할까봐 ㅋㅋㅋㅋㅋ

 

하옇튼 누나와 비교되게 학교에서 맨날 공부 안해서  불려다니게  해서 참 미안했지만

이렇게 듬직하고 어딜가도 절대 꿀리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뒷바라지 해준 엄마 아빠한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

 

 

교회 목사님은 설교중에 내 얘기를 할 정도로 교회에서 내가 아주 이슈가 되고 있지.

저번엔 목사님이 심방을 오셔서 내가 만든 요리를 드셔보시고는

'세상에 이런 실력을 가졌는데 어찌 그리 겸손 할 수가 있냐고', 농구도 제일 잘하고  예의 바르고,

게다가 나중에 알고보니깐 아버지가 ()()()님이라고.....

 

요즘 딸가진 엄마들이 밥 산다고들 난리야 ㅋㅋㅋㅋ 근데 다  거절했지

 

지금도 취직 하기 애매한 30세인거 알지만, 이미 마음 정했으니

1년 후에 절대 후회하고 돌아가는 일 없도록 발에 불 날정도로 열심히 하다가 갈테니 

걱정 하지말고, 의심말고, 믿고 기다려줘..  한국 가서 큰일 낼테니깐 ...ㅎ

 

 

그대신 아빠, 엄마나 사이좋게 잘 지내셔.

아빤 술 담배 좀 줄이시고 ㅋㅋㅋ 나도 줄이고 ㅋㅋㅋㅋ 피는 못속여 ,,

 

마드리에서 아들이~~

 

 

 

어제 손님했는데 그중에 맘에드는 접시야.
이름은 김치찌개
김치찌개를 끓이고 건더기는 버리고 국물에 쌀을 넣어서
걸죽하게 만들어서 소스처럼 접시에 깔고 참기름 3~4 방울,,,
통삼겹 보쌈처럼 푹삶은 후 겉에를 후라이팬에 익혔고
연한 두부를 정사각형으로 잘라서 그 위에는 김치를 살짝 볶은 후
100도 오븐에서 3시간 말린거 잘게 다진거

 

 

 

 

 뱀다리: 며칠전 아들한테서 온 한 통의 이메일 편지

             30년동안 키워오는 중에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것이라 자랑질합니다.

             공부해서 먹고 살라고 아무리 해도 안되서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라고는 했지만

             너무 힘들게 사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은 늘 변함이 없지만 이렇게 본인이 만족하니 이제는 다 내려놓을려구요.

             나이가 서른이라도 아직도 아이같고 친구같이 지내는 아들이라 다소 표현이 거시기하지만 그냥 있는대로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