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다시 쓰는 思母曲
엄니!
참 세월이 이리도 빨리 가는지요?
엄니 앞에서 세월을 말한다는 것이 외람된 줄 알지만
정말로 빠르기도 합니다.
제가 엄니 자식이 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을 돌이켜 보면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것만은 사실이랍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를 자식으로 받아주셔서
늘 사랑으로 감싸주시고아껴주심에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며느리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맺어진 부모자식간이지만 친 자식마냥
언제나 '우리애미, 우리애미' 하시며....
친구분이 집에 오시던 날은
손수 만든 음식이며 손수 준비한 과일도
모두 "우리 애미가 엄마 친구 오신다고 준비했다"고 하시던
그 때가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미쳐 철이 덜 들어서 그 깊은 뜻도 다 헤아리지 못했음에도
한 번도 서운타 않으시고 늘 '우리 며느리가 최고'라고
부끄럽게도 동네에서도 부족한 저를 효부라고 칭하는 것은
엄니께서 효부로 만드신거 다 안답니다.
이제 제가 철이 드는지
문득 엄니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늘 이렇게 멀리에 있으니 그 마음 뿐이고
알량하게 몇 푼 돈으로밖에는 다하지를 못하니 부디 앞으로
제가 모실 수 있는 날까지 건강하게 계셔주시기를 이렇게 간청드립니다.
엄니는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시고
가장 중요한 역활을 맡고 계시는 거 잘 아시지요?
당신은 "늙은이들이 얼른 안죽어서 큰 일"이라고 하시지만
저는 엄니가 안계신 날을 상상도 못합니다.
제 통장을 엄니 손자한테도 못맡기고 엄니께 맡겨놓을 정도로
저와 엄니는 세상의 그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니랍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동네분들이 더 젊어지셨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제게 전해주셨을 때 무척 감사했습니다.
행여라도 아버님 가시고 엄니 쓸슬하실까 많이 걱정했는데
건강하게 계셔 주셔서 무엇보다가 고맙습니다.
돌이켜 보니 22년 전, 첫 해외 근무지에서
한 달에 두 번씩 3년 동안 꼬박 편지를 쓴 뒤로는
이 번이 처음이네요.
지난해인가 용돈을 드릴 때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봉투에 썼던 이후에는
글로서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제서야 드립니다.
엄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엄니 손녀를 통해서 몇 푼 돈으로
어머이날 감사함을 대신해서 송구스럽지만
나중에 제가 더 많이 많이 효도할께요.
저도 이제 곧 시애미가 되겠지만
저는 엄니의 반도 못미칠 것 같아서
벌서부터 걱정이 된답니다.
부디 엄니께서 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제가 다 못하는 것
엄니께서 메꿔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로지 엄니의 사랑으로 30년을 더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제가 한국에 가도 지금처럼
83세 엄니께 계속 맛있는거 얻어만 먹다가 오게 되기를 빕니다.
엄니, 꼭 건강하게 계셔야해요,,
그래서 엄니하고 저
여주에서 쑥도 뜯고 달래도 캐고 ,,,,
그런 날을 기대합니다.
엄니, 사랑합니다!!!
2012년 어버이 날에 당신의 영원한 철부지 며느리 올림.
딸아이 결혼식 때 가족사진(2008년 11월)
어제는 큰 맘먹고 어머님 신발을 샀어요. 평소에는 너무 비싸서 못샀는데 대만도 5월 12일이 모친절이라 세일을 하더라구요. 발편한 신발,,, 바로 보내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합니다.
<다음에서 잠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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