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국민학교 6학년 때 상 탄 스텐레스 그릇을 제기로 사용한 지가 30년

벼리맘 2011. 12. 14. 06:30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3대 독자 외아들인 우리는

외국에 파견 근무를 나와도 제사를 모시고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그나마 아버님 계실 때는 증조부모님까지 제사를 모셨으나

아버님께서 우리한테 제사를 물려 주실 때에

두 위는 조묘(제사를 그만 지내는 일)를 하시고 조부모님 까지만 주셨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아버님 어버님이 무척 고마울 뿐이다.

하기사 올엄니는 그냥 아버님 제사만 모셔도 되지 않냐고 하시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그냥 조촐하게 지낸다.

 

 

 

 

 

어차피 제사를 잘 차린다고 그 어른들이 뭐 표시나게 드시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냥 우리가 먹는대로 준비한다.

우리가 안 먹을 것은 제상에도 안올리고 모든 음식은 우리가 먹는대로

고추가루만 빼고 갖은 양념으로 맛있게 만든다.

 

조상님도 맛있어야 드시지 맛없으면 그 분들도 싫어 하실 것 같아서.

 

전에 근무하던 나라에서는 먹을 사람이 많아서 제사 음식도 많이 준비했는데

여기는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먹을 사람도 없으니

정말로 제사상에 올릴 것만 준비한다.

 

 

 

 

 

 

 

그러다가 보니 먼저 나라에서는 10인용 식탁 테이블에 제사를 차렸는데

여기 와서는 조촐하게 상 하나만 펴고 지낸다.

제사를 모시고 나면 누가 먹을 사람도 없는데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버리는 것도 죄스럽고

그래서 그냥 상 하나만 쓰기로 했다.

 

여기서도 처음에는 상 2개를 차려 보니 시장 봐 나르는 것도 어렵고

제사 지낸 뒤에도 다 먹기도 어려워서 그냥 조촐하게 차린다.

그대신 나는 제사상 앞에서 시조부님 시조님과 대화를 하듯이 고한다.

 

" 할아버지, 떡을 못해서 쵸코파이를 올렸어요.

 

할아버지는 쵸코파이가 뭔지를 모르시지요? 쵸코파이는 바로 精이랍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치아가 없으셨다면서요

그럼 쵸코파이가 떡보다가 더 부드러워서 드시기 좋아요

많이 드세요 천천히 "

 

"그리고 제가 녹두 빈대떡 진짜로 맛있게 부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많이 드셔요 제가 정성껏 차링 음식들이예요 "

 

누가 보면 웃기겠지만 어차피 제사라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님을 기리는 날이니

이렇게 정겨운 대화를 나누면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나는 더 이상의 형식적인 것은 싫다.

 

 

 

 

 

 

 

 

우리 아버님, 생전에 어디 다니시는 걸 무척 싫어하셨다.

그런데 돌아가셔서는 이 나라로 저 나라로 제사 얻어 드시로 다니시느라 바쁘시다.

아버님 제사를 모실 때는 몇 십년 모시고 살았던 부모님이니

더욱 얘기를 할 것이 더 많다.

아이들 잘 돌봐주시고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아버님 손자,

늘 아버지가 보살펴 주시라고 부탁도 하고..

그러다가는

 

"아버지, 부탁만 드려서 죄송하네요,,,히히"

 

제사를 어렵게 생각하면 할수록 제사를 모시가 싫어진다,

제사는 그날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스텐레스 밥 주발 셋트.

내가 6학년 때 교육감 표창인가 받을 때 부상으로 받은 것이다.

그 때 두 벌이었는데 한 벌은 군수 상, 한 벌은 교육감 상.

그런데 우리 친정엄마가 잘 간직했다가 내가 결혼할 때에 넣어주셨다.

그러니까 40년도 넘었나 보다.

 

그 때 놋그릇을 사용하다가 스테인레스라는 것이 발명 되어서

돈이 좀 있는 집은 다 그걸로 바꾸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국민학생 한테 부상으로 밥그릇을 주다니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지만 그 때로서는 참 귀한 것이었다.

 

 

울 엄마가 고이 넣어주신거 울 엄니는 조상님들 드시는 제기로 사용하셨다.

지난 주에 시조부님 제사를 모시고 제기를 치우면서 보니

예전 일이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었다.

 

 

 

 

 

모범 어린이

 

 

 

 

 

 

내가 앞으로 얼마나 몇 십년을 더 사용할 지는 모르지만

이 귀한 주발 셋트는 아마 우리 집안에 대대로 전해질 것 같다.

우리 어머니께서 귀하게 쓰시다가 내게 물려 주셧고

또 내가 귀하게 쓰다가 며느리한테?...??

며느리가 쓰게 될지 안될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일이고

암튼 어느새 저 밥주발 셋트의 역사가 40년이 넘었으니 참 세월이 무척 빠르다.

 

 

 

 

 

 

 

내 욕심으로는 100년 200년 더 오래도록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예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