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엘리베이터 안에서 양반다리 하고서 잔 남편.

벼리맘 2011. 7. 5. 23:33

 

 

 

 

 

 

 엘리베이터 안에서 양반다리 하고서 잔 남편.

 

오늘 어떤 이웃님께서 엘리베이터 얘기를 쓰신  글을 읽고나니 예전 일이 떠올랐다.

 

벌써 몇 해 전 일이 되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좀  늦겠다던 남편이 12시가 넘어도 들어오지를 않아서 운전기사한테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냐?"

하니 집이란다, 아니,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도 집이란다,,이런, 주인은 안들어 왔는데 운전기사는 집이라니 말이 되는 말인가? 왜 Sir(그 나라에서는 주인을 이렇게 불렀음)는 어디다 두고 너는 집에 있냐고 하니 아까 50분 쯤 전에 집에 모셔다 드리고 자기는 자기 집에 갔단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Sir가 오기는 언제 왔다고 그러냐니까, 분명히 자기가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올려보내 드렸으니까 얼른 나가서 찾아보란다.허둥지둥 다리가 후덜덜 떨리고 정신이 없었다. 가만이 생각하니 아까 분명히 엘리베이터의 신호음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문을 여니 진짜로 엘리베이터가 6층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살던 아파트는 세대수가 많지 않고 우리가 제일 꼭대기 층이라 밤에는 우리말고는 아무도 6층엘 올라오지를 않는데 엘리베이터가 6층에 서 있는 걸 보니 더  떨렸다, 그럼 혹시라도 이 안에 남편이 50분 동안이나? 떨리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아주 양반다리를 하고 들고 다니는 가방은 베개삼아 베고 얌전히 주무신다. 그런데, 갑자기 겁이 났다.

 

그 때 얼마전에 당뇨가 있다고 판정을  받은지라 항상 불안했는데 갑자기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혹시나 하고 얼른 흔들어 깨우고는 끌어냈다. 정신없이 끌어내고 보니 술이 떡이 되었다. 이렇게 술이 떡이 된 줄만 알었어도 인증샷이라도 찍어둘 걸, 아까웠다. 그 좋은 장면을 놓치다니....남편은 그렇게 50분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이 좁으니까 양반다리를 하고서....

 

만약에 혼자 있을 때 그러기라도 했으면 어쩔뻔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남편은 그러고도 또 한 번, 그 때는 20분 정도 잤다. 그래서 운전기사한테 왜 집에까지 모시고 오지 않냐고 했더니 Sir가 자꾸 가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갔단다. 그러면 전화라도 해줘야지..다음에는 그러면 꼭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하고 그 달부터 전화요금으로 10$(미쿡돈)씩을 월급에 얹어서 줬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똥배짱인지 뭔지  왜 남의 도움 받는 걸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술을 마셔도 절대로 운전대를 안 줄려고 하기도 하고,,,그런데 술 안먹었을 때는 겁도 많으면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승진턱 내고는 영영 가실 뻔 했다.

 

요즘은 근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다행히 술도 좀 많이 줄었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많이 마신다. 이제는 자기몸 관리를 해야할 나이지만 남편은 그런거 모른다, 관리하면 오히려 죽는 줄 안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도 미련한지 모르겠다, 전에 남편한테 경고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기 술 많이 먹다가 일찍 죽으면 나는 혼자 안살아, 아니, 무서워서 혼자 못살테니 그런 줄 알아"라고...나는 나이를 이만큼 먹었서도 무서움을 많이 탄다. 그러거나 말거나다.......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