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너무 들어 어깨에 철을 얹고 사는 남편.
참 남자들이란 30년을 같이 살아도 모를일이다,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이다, 나는 여느 아침처럼 효소를 챙겨주고 나서 나도 먹을려고 컵에다가 따르면서 하는말이, '왜 이번 것은 맛이 더 기고만장하다냐?', 남편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혼잣말로 하는 소리였다. 매번 먹으면서도 정말로 맛이없어 먹을 때마다 하는 소리고 그렇게 오래 먹어도 맛은 정말 없는 효소다.그런데도 안 먹을 수가 없는 것이 한 달가량만 안 먹으면 벌써 신호가 온다
이런 형편이니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자니 너무 괴로워서 이번에도 떨어지고 나서 거의 두어달 가까이 안 먹었다, 아니 주문도 안 하고 그냥 버텨 볼려고 했다. 그런데 4-5일 전부터 무릎에 신호가 오더니 3-4일 전에는 급기야는 손가락 관절에까지 신호가 와서 어제 부랴부랴 주문을 해서 받았다.
그 효소는 공복에 먹으라고 해서 나는 어제 밤 잠자기 전에 먹고 또 아침 공복에 먹을려던 참이었다.
남편을 챙겨주고 내가 마실려고 하면서 혼잣말로 한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거슬렸으면,
"그렇게 맛이 없으면 안 먹으면 되지, 맨날 먹을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그 소리를 하나?"
허걱~!!, 내가 자기더러 하는 말도 아니고 나는 진짜로 먹기 싫은데 할 수 없이 먹으니 하는 혼잣말인데 그게 무에 그리 거슬린다고 비수보다 가도 더 날카롭게 뱉아 놓고는 휑하니 출근해 버렸다. 온 종일 머리에는 온통 그 생각 뿐이다. 그게 그렇게도 듣기가 싫은 말인가?
물론 자주 들으면 듣기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입장을 바꿔서, '얼마나 괴로우면 저렇게도 먹기 싫은데도 매일 저걸 먹을까?',,,,내가 너무 야무진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자기가 매일 먹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그런 생각부터 들 것 같다. 참 야속하다. 온종일 생각해도 야속하다.
말을 친절하게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될 걸, 뭐할라고 그렇게 톡 쏘는 말로 무릎보다도 손가락보다도 더 마음을 아프게할까? 내가 원래 뒤끝이 없어서 금방 잊어버리는데 요즘은 잘 못 잊는다 이게 나이를 먹어가는 징조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온 종일 서운한 마음을 가라 앉히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글로나마 토해내고 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이렇게 쓰고있다.
남편은 3대 독자다. 3대 독자에 종가집 종손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탐나는 신랑감 아니다.
나는 내 딸이 그런 남자 데리고 왔다면 결사반대 했을 것이다. 겁없고 강심장이라 결혼은 했지만 맏며느리 자리라면 탐을 내는 우리 엄마가 다, '맏 며느리는 줘도 외동 며느리는 안 줄려고 했는데~~'
나는 엄마가 하신 말 뜻을 익히 짐작해서 '죽었다' 복창 세 번 크게하고 결혼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시부모님 인품이 워낙 좋으셔서 죽을 일도 없고 거저 먹기다 싶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듯이 시부모님 시집살이를 안하니 남편이란 사람이 오사바사도 없고 잔정이라고는 약에 쓸 만큼도 없다.
남편은 철이 들다가 못해 덩어리째 메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 나는 평생 남편 앞에서고 시집 대문을 나와서고 시집 얘기를 나쁘게 한 적이 없다 맹세코, 남편이 그걸 바라기도 헸지만 내 자존심에도 안되는 일이라 철저하게 지켰다. 남들은 남편한테 못 하는 말이 없이 살아간다는데 우리는 서로
아무 불평도 않고 살아간다. 물론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남편한테는 아무 얘기라도 다 하고 싶다.
오늘 어디를 갔는데 누구는 어떻고 저떻고,,,막내로 자라고 또 친정아버지가 좀 잔정이 많으셔서 그런지 나도 누구랑 막 얘기하는거 좋아한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하듯이 남편이 워낙 밀이없고 잔정이 없으니 울엄니는 맨날 나한테 미안해 하신다. 당신 아들이 잔정이 없다고 대신에...
남편이 노린 것이 그것인지, 우리는 적군끼리 뭉쳐서 살아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절대로 한 편이 될 수 없다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한편이 되어서 살고 있었다. 철이 너무 들어서 철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남편이 바라던 바가 바로 그것인것 같았다. 이런 , 그럼 첨부터 엄마하고 편 먹을 사람 구한다고 했어야지,,,,,,,,, 살다가 보면 서운할 때도 있지만 남편한태 하소연은 절대 금지다...
그래, 나도 죽었다 복창하고 한 결혼이라 각오는 했지만, 이제는 철이 너무 든 남자가 좀 싫다.
이제는 어깨에 얹은 철은 좀 내려 놓아도 될 듯한데, 아직도 안되나 보다. 한국에서 어머님이랑 살 때나 이렇게 나와서 둘이 살 때나 어쩜 그리 저울에 잰듯이 똑같은지..참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는 자기가 취미로 모으는 것들 때문에 정말로 너무 싫어서 눈길도 주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 블로그에까지 올려도 주는데, 그래, 아침에 그 말이 그렇게도 거슬린단 말인가? 내가 매일 아침 하는 말도 아니고 어쩌다가 하는, 그것도 누구한테 말 할 사람도 없으니 잔정이라고는 약에 쓸 만큼도 없는 남편도 사람이라고, 사람 만났다고 한 말인데,,,,,,
그래도 그런 말을 듣고도 효소는 먹었다,,ㅎㅎ.오늘 밤에도 먹을 것이고 내일도 또 먹을 것이다,
나는 뒤끝이 없어서 남편 듣는데 또 똑같은 말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럴 때 남편은 또 똑같은 말을 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는 것이 부부인가 보다. 남한테 그랬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지만 ,,,,ㅋㅋ
내 성격이 뒤끝이 없다고 울엄니께서 무척 좋아하신다, 그대신 그 당시엔 팔팔 뛴다, 그치만 돌아서면 없어진다.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도 내 성격이 그닥 나쁘지만은 않다. 이제 온 종일 마음에 있던 것이 어느정도 해소가 된다. 이래서 또 살아가나보다,,,인제 또 그 효소를 먹어야한다,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회식이라고 아직도 귀가를 안했다, 이럴 때 그 맛 없는 효소를 얼른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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