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어버이 날.(결혼이라는 것에 따라온 옵션들)

벼리맘 2011. 5. 6. 17:43

 

 

 

 

 

 

 

결혼이라는 것에 따라온 옵션들.

 

어제가 어린이 날, 내일은 친구딸 결혼식 날, 그리고 모레는 어버이 날,

몇 일전 딸아이한테 전화를 해서 대충 교통정리를 했다. 내 역활은  언제나 교통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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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친구 딸 결혼식에는 20만원 축의금을 아빠 명의로 내고, 어버이 날에는  20만원 안에서 할머니께서 필요로 하시는 옷을 하나 사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작년에 태어난 우리 공주는 아직 어린이가 아닌 관계로 이번 어린이 날에는 과감히 '패쑤'한다고,,일단 이렇게 지시해놓고 점심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아직도 이 나라 지리를 잘 몰라서 택시를 타고 가면서 생각하니 이런!이런!, 어린이가 아니면 어떠냐?...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맞는 어린이 날을 할머니가 '패쑤' 했다고 나중에라도 안다면 얼마나 섭섭해 할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다.

 

얼른 딸아이가 돈 찾으러 가기전에  전에 휴대폰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늘따라 딸아이가 안 받고 울엄니께서 받으셨다.(평소에는 070 전화로 함,ㅎㅎ)

대뜸, "**이 있어요? 얼른 전화 받으라고 하세요!!" "얘, 잘 지내냐?" "

"네, 얼른 **이 전화 받으라고 하세요"

참 어이없는 대화다,

하지만 울엄니는 나를 다 이해하신다,아니 이해하실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ㅋ

 

"여보세요~, 응 엄마야, 아까 엄마가 우리공주 어린이날에 패쑤한다고 한거 취소야 취소"

"왜 엄마?"

"에효 그냥 무조건 취소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맞는 어린이 날인데 패쑤는 뭘 패쑤냐,ㅋㅋ"

"ㅋㅋ, 엄마 고마워~ 안그래도 되는데~"

 이렇게 해서 내 임무는 끝이 났다, 돈 몇 만원 더 쓰니 이렇게 개운한 걸,,,

 

두 주일전쯤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이 말했다.

"아참, 엄마 눈수술 하셨다고 하던데,,,"

"자기는 어떻게 알아?" 했더니 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딸아이가 전화와서 얘기를 했다고,,

 

그날 나도 집에와서 딸아이한테 전화를 하니 안그래도 아빠랑 통화 했단다, 아 그러냐고 하면서 밤이 늦어서  딸아이가 잔다길래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4일 뒤에 남편이 말한 것이다.

저녁을 먹다가 말고 바로 전화를 했다,

 

"엄만데, 할머니가 눈 수술을 하셨다고 왜?"...우선 급하게 물으니 딸아이 하는 말,,,

지난 일요일에 아빠한테 다 말했다고 한다, 참 기가 막히고 코도 막혔다.

들었으면 나한테 전할 것이지 어쩌면 4일 뒤에야 전하는 건 뭔지,,,,잊어버렸단다.

 

어떻게 자기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하셨다는데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워낙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고 내 선에서 해결해 온지라 당연히 내게 말을 한 줄 알았을텐데 한국에서는 또 내가 전화도 안하니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남편이 전해준 말이 더 웃겼다, 엄마 수술비가 30만원인데 시누이들 둘이 10만원씩 그리고 딸아이가 10만원 그렇게 냈다고 했다. 순간 내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왜 세상에 한 분밖에 안계신 울엄니를 그렇게 불상하게 만들다니, 바로 딸아이한테 전화해서는 왜 할머니를 그렇게 불쌍하게 만드냐고 하니 딸아이 하는 말이 할머니가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리고 할머니가 돈 많이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자기들이 그냥 드린거라고 괜찮단다.

 

그런데 내 마음이 괜찮지를 않았다, 갑자기 울엄니가 불쌍해졌다. 딸아이는 아빠한테 말했으니 엄마가 알아서 할거라고 생각했고, 또 어떠냐고?,,, 왜 엄마만 돈 내야 하냐고? 고모들하고 자기가 드렸으면 됐지 한다, 그래도 내 마음이 그렇지를 않다. 엄니를 바꿔서 통화를 했다.

 

"엄니 눈 수술 했다면서 왜 연락도 안하셨어요? 그러고 아들이 버젓이 있는데 왜 엄니를 그렇게 불쌍하게 만든대?" 하니 울엄니 당신이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억지로 준거라며 괜찮단다.

"그래도 내가 안 괞아 엄니...왜 저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셔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셔엄니"

 

이렇게 엄니하고 통화를 끝내고 딸아이한테  다른쪽 눈 할 때는 엄마 카드로 결제를 하라고 시키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울 엄니도 좋아하실거다, 돈 보다가는 며느리의 마음이 전해져서

아직까지 아니, 앞으로도 울엄니는 며느리인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것이 울엄니를 기운나게 하는 것이다, 언제나 딸들한테 큰소리치고 사시는 울엄니다.

비록 며느리는 하나지만 열 며느리 안부럽게 잘 할려고 하지만 맘뿐이고 잘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떤 때는 교통순경 역활을 그만 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결혼이라는 것에 따라온 옵션...그건 원하지도 않았고 값도 치루지도 않았는데 많이도 왔다.

자동차를 살 때는 옵션을 추가할 수록 값이 올라 가던데 결혼이라는 것에는 값도 치르지 않았는데도 옵션이라는 것이 많이도 따라온다.그런데 가끔씩은 이런 옵션에서 해방되고 싶어진다.

 

결혼생활 30년이 되고보니 이제는 모든 것에서 해방 되고 싶다,,진정 그 해방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내일 모레 어버이날에  전화하는 거 잊지 말아야할텐데...

요즘 내 저질 기억력 덕분에 어버이날 전화도 못 드릴까봐서 걱정이다.

 

이런, 그러고 보니 나도 어버이 아닌가? 전화 올 딸도 있고 ,아들도 있고, 또 사위도 있는데...

나는 언제쯤이나 내가 받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